시작

2023. 2. 28. 16:31카테고리 없음

2021년, 봄, 벚꽃이 떨어지고 있는 그 때 였던것같다.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계속해서 좋지 않은 일들이 일어났다.

갑작스레 찾아온 변화의 순간에서 나는 숨만쉬고있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언가였다.

혼자였고, 혼자 밥을 먹고있었고, 혼자 텔레비젼을 보고있었고, 혼자 술을 마시고, 혼자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일상의 변화.

지긋지긋하리만큼 반복되던 일상의 순간에서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 무언가의 공허한 상태는 짧지않은 시간동안 지속되었다.

변화를 찾기 위해 움직이기보다는, 그냥 이 순간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있었고, 누군가가 내게 손길을 내밀어 주기만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고 맘속에서는 뒤엉켜버린 실타래마냥 그 시작이 그 중간이 그 끝이 어디인지 모를만큼 어지러웠다.

해가 뜨고, 해가 지고, 해가 뜨고, 해가 지기만을 반복적으로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던 그런 시간.

 

생각해보자.

어디서부터 잘못되어왔는지, 언제부터 이렇게 모든것이 얽혀버렸는지.

대답없는 공허한 메아리처럼 머리속에서부터 생각들이 울리기만 할 뿐, 앞으로도 뒤로도 나갈 수 없었던 무한의 시간.

내 가슴속에서는 괜찮다고 괜찮아질거라고 말을하고 있었지만, 머리는 다른 것에 대한 증오,원망,불평,불만 밖에 없었다.

어떻게 해야할지, 누구를 위해야할지, 언제 다시 시작해야 할지도 몰랐다.

 

움직여보자.

반복되는 시간속에서 반복되는 위치에서만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머물던 곳은 나의 흔적들로 채워지기 시작했고, 흔적을 내가 감추지 않으면 불안해져갔다.

좋아하던 햇살도 빗물도 바람도 그냥 아련히 내 옆을 스쳐 지나가기만 했다. 아무것도 없는거것 같았다.